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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괴목대신제

20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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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목대신제 유래 (불교신문 자료)

1000여 년 전 갑사는 수 많은 암자를 거느린 거찰(巨刹)이었다. 그래서 대웅전 앞에는 장명등(長明燈)을 켜서 부처님 도량을 지켜왔다. 그런데 어느 겨울 섣달 이상한 일이 생겼다. 새벽예불을 올리기 위해 일찍 일어난 사미승이 대웅전으로 향하는데 계속 주변을 밝혀야 할 장명등에 기름이 떨어져 불이 꺼져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미승은 곧바로 주지스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허허 이상한 일이구나. 하지만 뭐 별일이 있을라구.” 처음 주지스님은 매서운 겨울바람에 등불이 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의치 않고 옥등(玉燈)에 기름을 충분히 넣을 것을 사미승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에도 사미승의 화급한 목소리가 주지실에 울려퍼졌다. “주지스님, 어제와 똑같이 장명등이 꺼졌습니다.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아침공양을 마친 주지스님은 회의를 열어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고하고 의견을 물었다. “대중스님들께 말씀드립니다. 사실은 요 며칠 사이에 대웅전 법당 앞에 켜져 있는 장명등이 자꾸 꺼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바람 때문이려니 생각했는데 계속 불이 꺼져 조사를 해 보니, 전날 채워 놓은 기름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전에 없던 일이라 대중 스님들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금 의견을 구하니 한 말씀씩 해 주시지요.” 그러자 대중스님들은 이런 저런 의견을 냈다. “필시 기름이 없어졌다고 하니 누군가가 기름을 퍼가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야경을 세워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의견이 이렇게 모아지자 주지스님은 사미승들이 조를 짜서 매일 밤 보초를 설 것을 명했다. 사미승들은 대웅전 옆 요사채에 숨어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

밤이 이슥해진 자시(子時, 오후11시~오전1시)가 되자 밖에서 누군가가 성큼성큼 대웅전으로 들어왔다. “저기, 어둠속에서 누가 다가와요. 형색을 보아하니 사람 같은데 몸집이 너무 커요. 어떻게 할까요?” 사미승들은 두려운 나머지 어떻게 할 지를 모르고 어둠속에서 온 그림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9척이나 되는 그림자는 장명등 앞 옥등 앞에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는 옥등 안에 있는 심지를 든 뒤 들기름을 한 움큼 퍼 내어 담은 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절을 내려갔다. 다음날 날이 밝자 사미승들은 전날 일어난 일을 주지스님에게 낱낱이 고했다. 그러자 주지스님은 사미승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이 사람들아, 부처님 도량을 지키는 장명등의 기름을 훔쳐가는 도둑을 그냥 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는 다시 지시를 내렸다. “오늘밤도 야경을 서서 반드시 그 도둑이 나타나면 붙잡아서 혼을 내 준 뒤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세요.” 다음날 사미승들은 인원을 더 늘려 도둑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절을 지켰다. 같은 시간인 자시가 되자 9척 장신의 어두운 그림자가 대웅전 앞으로 형체를 드러냈다. “이번에는 저 도둑의 실체를 반드시 알아내고 말 것이야.”

이렇게 생각한 사미승들은 장명등의 기름을 훔치는 9척장신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날과 같이 한 웅큼 들기름을 퍼 담은 그림자가 대웅전을 나서자 살금살금 뒤를 따라갔다. 대웅전 문을 나선 그림자는 주변을 두리번 거린 뒤 빠른 걸음으로 갑사를 내려갔다. 사미승들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9척 장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뒤쫓았다. 한참을 내려간 어두운 그림자는 용천교를 지나 멈췄다.

뒤따라 가던 사미승들도 걸음을 멈추고 나무 뒤로 몸을 감췄다. 그리고는 정체불명의 9척 장신의 움직임을 살폈다. 주변을 둘러본 그는 훔쳐 온 들기름 통을 내려놓고 자신의 발에 기름을 바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시원하다. 웬 사람들이 절에 다니면서 나를 밟고 지나가는지 견딜 수가 없구나. 이렇게라도 기름을 발라 상처를 치료하니 그나마 살 것 같구나. 사람들은 모를 것이야. 내가 여기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역병을 고치는 지를 말이야. 내 상처가 빨리 아물어야 더 많을 사람을 치료할 텐데. 그걸 모른단 말이야.”

이렇게 말한 9척 장신은 커다란 나무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어라, 도둑이 사라져 버렸네.” 화급해진 사미승들은 사찰로 돌아와 주지스님을 비롯한 대중스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갑사에 주석하고 있던 큰 스님이 깊은 침묵을 깨고 대중들에게 일렀다. “여러 대중스님들, 그 9척 장신은 도둑이 아닌 듯합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분명 저 아래 느티나무에 사는 당산신 같아요. 아마도 매일 이곳에 와서 장명등에 있는 기름을 가져가는 이유는 그 신이 어디 상처를 입은 것 같으니 여러 스님들이 지금 내려가서 치료를 해 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갑사는 물론 절 아래 사람들도 무사태평할 것입니다.”

큰스님의 말이 끝나자 대중들은 횃불을 밝히고 절 아래 나무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9척 장신이 들어갔다는 나무 아래 뿌리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스님들은 깜짝 놀라 양동이에 물을 떠서 급히 불을 껐다. 하지만 그 후 큰 거목은 시들시들해지더니 끝내 고사목이 되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과 사찰 스님들이 나무 앞에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 회의를 열었다.

갑사의 한 스님이 말했다. “세상 모든 만물에는 불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나무는 갑사와 역사를 같이하며 사찰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상처를 입어 장명등 기름으로 치료하던 중 불이 잘못 옮겨 붙어 화를 입었으니 앞으로 이곳에 제사를 지내 주어 나무 영가를 위로해 줍시다.” 의견을 모은 주민과 사찰은 매년 정월 초삼일마다 이곳에서 ‘괴목대신제’를 열고 주었다. 그러자 역병이 돌거나 재난이 있는 해에도 갑사와 사하촌 주민들은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고 한다.

또한 병이 들어 절에 불공을 올리는 사람들이 괴목대신에 들러 기도를 하면 모두 병이 나았다고 한다. 이 제사는 요즘도 유교식과 불교식의 제사가 혼용돼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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